잠이 오지 않아 글을 쓰러 나선 뒤 차가워진 몸으로 돌아온 너의 피부가 닿자마자 온몸으로 감싸 안아주고 싶었다. 이불을 열고 그 안에 너를 들이고. 차가운 손을 내 허리에 두르려고 하니 너는 주춤한다. 안돼 차가워. 응 차가우니까. 한 손은 가슴 위로 한 손은 허리로. 다리 사이에 차가운 다리를 밀어 넣고 맞닿은 발을 쓱싹쓱싹 비빈다. 너와 어느 부위라도 ...
갑자기 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오랜만에 그 앨범을 열어봤기 때문이겠지. 2년 전 m과 인천 여행을 갔다. 성탄절을 앞둔 주말. 고작 하루 동안의 여행이지만 내 인생 첫 디폴트립이었다. 훤해진 목덜미와 담담한 척하는 민낯으로 나섰어도 속은 열기로 가득했다. 믿어왔던 세계는 끊임없이 무너지는 중이었고, 그 혼란 속에서 다시 세계를 만들어야 했으니까...
머리 속은 가장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 그건 내가 입으로 낼 수 없는 소리. 너의 연함은 왜 공기에 닿아 석화(石化)하는가. 속으로 삭히는 글들이. 장면이. 노랫말이. 대사 한 줄이. 마음 한 편에 차고도 넘칠 텐데. 그러나 나는 오늘도 글 한 줄 쓰지 못하고, 마른 침을 삼키고 입맛을 다신다. 시간이 날 잡아먹길 기대하고, 내쳐질 시간들을 기다리며 사니까...
운명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주도 인간의 가변성을 염두하고 있는 판에 초월적 힘에 의해 정해진 삶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웃기다. 신탁과 전설은 멋지기라도 하지 현대인이 쓰기에 어설프고 퇴색된 단어다. 대통령들의 자서전에나 나올 법한 말이라 거부감만 더해진다. ‘천생연분이다’처럼 아주 쉬운 애정표현일 뿐이다. 천생연분이라는 말도 싫다. 취미가 같고 좋...
생일이 언제에요?어느 정도 친밀해지면 형식적으로 묻는 말.기대 없이 답변을 기다리다가너의 생일을 듣고는 왠지 모를 반가움이 솟아났다. 제 생일 다음 날이네요. 그 순간 특별해지는 사람이 있다.단지 생일이 비슷하다는 이유로.아무런 상관없던 관계에 갑작스러운 의미부여가 붙는다.어른이 되고 나선생일은 평범할 때가 많고, 좋지 않은 날도 있으면서점점 무덤덤해지는데...
#1 연인과 바다를 보러 갑니다. 기차가 봄 사이를 달리는 와중에 제 옆자리에는 곤히 잠든 연인이 앉아 있습니다. 기차 안은 다행히도 따스해 잠을 자기에 좋은 환경입니다. 글을 쓰기에도요. 이 기차의 종착지 이후의 시간은 어떨까요. 연인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크게 차오릅니다. 얼마나 기대한 여행인지... #1-1 방금 연인이 고개를...
지켜보는 눈. 커튼 사이로 적이 잠들길 기다린다. 나의 친구는 어려움을 마다치 않고 곁에 서서 시선을 던진다. 침착한 숨소리. 네 개의 눈동자가 한 곳을 응시한다. 움켜잡은 손잡이에는 땀이 배고 예리한 날에는 분노가 맺히고. 뿜어진 분노가 혈관 사이사이를 가른다. 갈라진 틈에 환희가 채워나가길. 그 순간이 곧 찾아올 것을 숨죽여 기다린다. 불이 꺼지고 잠에...
미국에 망명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프가니스탄에서 명예살인 당할 운명인 여성 '아세파'와 이를 변호하는 '주디 우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땐 아직도 피해생존자가 피해를 증명하고 피해자임을 검증받아야 하는 현실이 떠올라 숨이 막혔다. 당사자가 입 밖에 꺼내기도 힘든 진실을 누가 믿어줄까? 세상에 반이 여자라는데, ...
쇼코의 미소 (최은영 저, 문학동네) 한지는 그걸 알았을까. 내가 그의 옆에서 사라진 생물들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왔다는 것을. 그것으로 한지에 대한 내 감정을 억누르려 했다는 것을. - p.155 한지와 영주 떠나간. 떠나가도록 내버려 둔. 한때 내 인생에서 비중을 가졌던. 그것이 단 하루나 한 시간이었더라도. 이제는 볼 수 없고. 보지 않는. 그러한 모든...
천국보다 성스러운 (김보영 저, 알마) 신의 의지는 언제나 신의 이름을 입에 담지 않는 사람들에게 있었다. 그들은 본인 자신이 신이기에 신을 소환하지 않는다. 그들의 마음이 세상에 뿌려진 신의 파편이며 지상에 내려온 신.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 천국보다 성스러운 88p '절대자가 차별주의자라면, 우리는 그 절대성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라는 작가의 고...
어떤 세상의 끝에 마지막 말이 놓인다면, 그건 죽음일까 시작일까. 거짓을 늘어놓으며 여러 마음을 챙겨보려 하지만 아무도 쉽게 내주지 않는다. 고독 속에서. 고독은 혼자라는 착각을 들게 하지만, 실은 고독과 함께 있는 거다. 그래서 고독만 보이고 고독의 심기를 건드리고 고독의 눈치만 보게 되는 거다. 그런 사람이 과연 다른 누군가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
2020년 8월 15일 토요일. 뮤지컬 <펀홈>을 보고 나와 극장 맞은편에 있는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마시며 감상을 적는다. 바로 집으로 돌아가기 싫었다. 여운은 자비 없이 흩어지기에 얕은 감상이라도 어딘가 새겨야 했다. <펀홈>이 공연 중인 것과 코로나 여파로 인해 조기 종영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당시에 난 앨리슨 벡델의 <...
작업 백업용. 마감을 주세요.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